창세기 19장
이 장에 대한 메모
창세기 19장 — 롯과 두 딸, 이해하기 어려운 두 장면
이 장에는 읽기 불편한 대목이 두 번 나온다. 롯이 손님을 지키려 두 딸을 내주겠다고 말하는 장면(19:8), 그리고 장 끝에서 두 딸이 아버지를 통해 임신하는 장면(19:30-38)이다. 둘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1. 성경의 서술 방식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구약의 이야기 문학은 인물의 행동에 도덕적 평가를 붙이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기록되었다는 것이 승인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창세기 안에 아브라함의 거짓말, 야곱의 속임수, 유다의 부끄러운 일이 그대로 실려 있다. 성경은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 책이다. 이 장의 두 장면도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2. 롯이 두 딸을 내주려 한 것이 말이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도 이 행동을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창세기는 롯의 제안을 소개할 뿐, 어디에서도 칭찬하거나 본받으라고 하지 않는다(창 19:8).
고대 근동에서 손님 보호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의무였다. 지붕 아래 들인 사람을 내주는 것은 최악의 배신으로 여겨졌다. 또한 가부장 사회에서 딸은 아버지의 권한 아래 있는 존재로 취급되었다. 롯의 제안은 그런 세계관 안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이것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지 정당화가 아니다. 문화가 그랬다는 사실이 딸을 폭력에 넘기는 일을 옳게 만들지는 못한다.
3. 본문은 롯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롯의 제안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무리는 제안을 거절하고 오히려 롯을 위협하며, 결국 천사들이 롯을 끌어들이고 무리의 눈을 어둡게 하여 상황을 수습한다(창 19:9-11). 롯의 판단은 실패한 판단으로 기록된 셈이다.
이 장 전체에서 롯은 소돔에 눌러앉아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사위들은 그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고(창 19:14), 떠나라는 명령 앞에서도 지체하여 천사들이 손을 붙잡아 끌어내야 했다(창 19:16).
4. 두 딸이 아버지를 통해 임신한 일
딸들의 명분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창 19:32). 그러나 본문은 그 명분을 평가해 주지 않는다.
대신 이틀에 걸쳐 아버지에게 술을 먹였고 그가 알지 못했다는 사실만 건조하게 반복한다(창 19:33, 35). 이 반복 자체가 서술자의 판단이다. 정상적인 일이었다면 이렇게 기록할 이유가 없다.
앞서 롯이 딸들을 무리에게 내주려 했던 장면과 함께 놓고 보면, 이 가정에서 딸이 어떤 존재로 다루어졌는지도 드러난다. 아버지가 먼저 무너뜨린 선이 결국 돌아온 셈이다.
5. 소돔 이야기의 마무리라는 점
롯은 소돔에서 건짐받았지만, 소돔은 그의 가정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고, 사위들은 그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으며, 이제 딸들은 소돔에서 배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몸은 도시를 떠났으나 그 도시의 논리는 여전히 가족 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6. 베드로후서의 "의로운 롯"은 어떻게 이해할까
벧후 2:7-8은 롯을 의인이라 부른다. 이는 롯의 모든 행동이 옳았다는 뜻이 아니라, 소돔의 악행 속에서 괴로워하던 사람을 하나님이 건지셨다는 구원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성경이 사람을 의롭다 할 때는 그 사람의 완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건지심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7. 이 이야기가 향하는 곳
태어난 두 아들이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다(창 19:37-38). 훗날 이스라엘과 오래 대립하게 될 민족들이다. 그래서 이 기록에는 이웃 민족의 기원을 부끄럽게 설명하려는 고대의 논쟁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룻기의 룻이 모압 여자다. 그 룻이 보아스와 결혼해 오벳을 낳고, 오벳이 이새를, 이새가 다윗을 낳는다. 이 부끄러운 밤에서 시작된 계보가 다윗을 거쳐 마태복음 1장의 족보에까지 이어진다.
8. 이 장을 읽는 방법
이 본문을 어떻게든 변호하려 하면 오히려 성경을 왜곡하게 된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으로 두고 읽는 편이 정직하다.
성경이 이런 이야기를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이 인간을 미화하는 책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동시에 하나님은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도 결국 당신의 일을 이어가신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붙드는 것이 이 장을 읽는 방법이다.
핵심 성구
창세기 19:8 / 19:9-11 / 19:14 / 19:16 / 19:30-38, 베드로후서 2:7-8, 룻기 4:13-22, 마태복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