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0장
이 장에 대한 메모
동상과 우상은 다른 것인가?
1. 성경은 모든 형상을 금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출 20:4~5) 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하나님이 언약궤 위에 금으로 그룹(천사) 둘을 만들라 하셨고(출 25:18), 성전 안에도 그룹과 종려나무·꽃을 새기게 하셨으며(왕상 6:29), 광야에서는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달라고 직접 명하셨습니다(민 21:8). 형상 자체가 죄였다면 하나님이 명하실 리 없습니다. 금지된 것은 "절하고 섬기는 것", 곧 형상을 예배 대상으로 삼는 일입니다.
2. 놋뱀 — 동상이 우상으로 바뀐 사건
하나님이 만들라 하신 놋뱀이 수백 년 뒤에는 백성이 분향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히스기야 왕은 그것을 "느후스단"(놋 조각)이라 부르며 부숴 버렸습니다(왕하 18:4). 같은 물건이 처음에는 믿음의 도구였고 나중에는 우상이었습니다. 물건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바뀐 것입니다. 우상의 기준은 "그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3. 우상의 표지
성경이 말하는 우상은 첫째, 그 자체가 신이거나 신이 그 안에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것(사 44:15~17), 둘째, 그것에게 기도하고 제사하며 도움을 구하는 것(시 115:4~8), 셋째, 하나님께 드릴 마음을 그것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바울은 눈에 보이는 형상이 없어도 "탐심은 우상숭배"(골 3:5)라고 했습니다. 돈·명예·자녀·자기 자신도 하나님 자리에 놓으면 우상이 됩니다.
4. 천주교의 입장
천주교는 성상을 "예배"(라트리아, 하나님께만)와 "공경"(둘리아, 성인에게)으로 구별합니다. 성상은 사진처럼 그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도구일 뿐 성상 자체에 힘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성인에게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지 성인을 신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787년 니케아 공의회, 가톨릭 교리서 2129~2132항). 십계명 구분도 달라서, 천주교는 형상 금지 구절을 첫째 계명 안에 포함해 세고 개신교는 이를 둘째 계명으로 따로 셉니다.
5. 개신교의 비판
개신교(특히 개혁교회)는 예배와 공경의 구별이 교리서에는 있어도 실제 신자의 마음에서는 구별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성상 앞에서 무릎 꿇고 초를 켜고 입 맞추며 기도하는 행위가 놋뱀 앞의 분향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입니다. 또 사람이 하나님께 가는 길에 성인이나 마리아가 중간에 서는 것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는 한 분 예수 그리스도"(딤전 2:5)라는 말씀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신교 예배당에는 형상을 두지 않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6. 정리
동상과 우상은 원칙적으로 다릅니다. 성경은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형상에게 절하고 섬기는 것을 금합니다. 그러나 놋뱀이 보여 주듯 동상은 언제든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천주교는 "우리는 성상을 섬기지 않는다"고 하고, 개신교는 "그 위험을 아예 두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기준은 같습니다. 그 앞에서 내 마음이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하고 있는가입니다.
삼사 대의 저주와 천 대의 축복 —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출애굽기 20:5~6)
1. 한 구절 안에 나란히 놓인 저주와 축복
| 저주 (출 20:5) | 축복 (출 20:6) |
|---|---|
| 나를 미워하는 자 |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 |
| 죄를 갚음 (벌) | 은혜(인자)를 베풂 |
| 삼사 대까지 — 한 집에 함께 사는 범위 | 천 대까지 — 사실상 끝이 없음 |
| 근거: 질투하는 하나님 (하나님만 섬기라) | 근거: 사랑하시는 하나님 |
삼사 대와 천 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벌은 짧게, 은혜는 끝없이 베푸시는 분임을 이 구절이 먼저 말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34:7, 민수기 14:18, 예레미야 32:18도 똑같이 "천 대까지 인자"를 먼저 말하고 "삼사 대"를 뒤에 둡니다.
2. 상반되는 듯한 두 줄기 말씀
| 대를 이어 갚으신다 | 각 사람은 자기 죄로만 죽는다 |
|---|---|
| 출 20:5 · 34:7 / 민 14:18 —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 | 신 24:16 — 아버지는 자식 때문에, 자식은 아버지 때문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 각 사람은 자기 죄로 죽는다 |
| 레 26:39 — 자기 죄와 조상의 죄로 원수의 땅에서 쇠잔 | 왕하 14:6 / 대하 25:4 — 아마샤가 아버지 요아스를 죽인 자들만 죽이고 그 자녀는 살려 둠 (모세 율법대로) |
| 민 14:33 — 부모의 반역으로 자녀가 40년 광야 방황 | 렘 31:29~30 —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어 아들의 이가 시다"는 말이 없어지고 각자 자기 죄로 죽는다 |
| 삼하 21:1~6 — 사울이 기브온 사람에게 지은 죄로 다윗 때 기근, 사울 자손 일곱이 죽음 | 겔 18:2~4, 17~20 — 그 속담을 다시는 쓰지 못한다. 범죄하는 영혼이 죽고 아들은 아버지의 죄를 담당하지 않는다 |
| 왕상 11:11~12 · 12:14~24 — 솔로몬의 죄로 아들 르호보암 때 나라가 갈라짐 | 겔 18:21~23 — 악인이 돌이키면 살고, 하나님은 악인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으심 |
| 왕상 21:29 — 아합이 겸비하자 재앙을 아들 시대로 미루심 | 잠 26:2 — 까닭 없는 저주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 왕하 20:17~18 / 사 39:6~8 — 히스기야의 자랑으로 자손이 바벨론 환관이 됨 | 대상 21:17 — 다윗: "범죄한 자는 나이니 백성에게 재앙을 내리지 마옵소서" |
| 왕하 23:26 · 24:2~3 / 렘 15:4 — 므낫세의 죄 때문에 유다가 멸망하고 흩어짐 | 느 9:2 — 자기 죄와 조상의 허물을 함께 자복하며 돌이킴 |
| 애 5:7 — 조상은 범죄하고 없어졌고 우리가 그 죄악을 담당했다 | 롬 5:12~19 — 한 사람 아담으로 죄와 사망이, 한 사람 그리스도로 은혜와 생명이 |
3. 모순이 아닌 이유 — "죄의 결과"와 "죄의 책임"은 다르다
왼쪽 구절들은 죄의 결과가 자손에게 흘러간다는 말씀입니다. 솔로몬의 우상숭배로 나라가 갈라졌고, 므낫세의 죄로 유다가 망했으며, 히스기야의 자랑으로 자손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부모의 죄는 자녀가 사는 환경, 배우는 습관, 나라의 운명을 실제로 바꿉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억울하게 자녀를 치시는 것이 아니라 죄가 본래 그런 힘을 가진 것입니다.
오른쪽 구절들은 죄의 책임은 각 사람에게 있다는 말씀입니다. 법정에서 아버지의 죄로 아들을 죽일 수 없고(신 24:16), 하나님 앞에서도 "범죄하는 그 영혼이 죽습니다"(겔 18:20). 아마샤 왕은 아버지를 죽인 자들의 자녀를 살려 두어 이 법을 지켰습니다.
4. "나를 미워하는 자" — 저주가 이어지는 조건
출애굽기 20:5는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삼사 대까지 갚는다고 합니다. 부모의 미움을 자녀가 그대로 이어받아 계속 하나님을 미워할 때 벌도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자녀가 돌이키면 사슬은 끊어집니다. 에스겔 18장은 악한 아버지를 둔 아들이 "아버지의 죄악으로 죽지 아니하고 반드시 살겠다"(18:17)고 했고, 아합조차 겸비하자 재앙이 미루어졌습니다(왕상 21:29). 느헤미야 9장의 백성처럼 조상의 죄까지 자복하고 돌이키는 것이 사슬을 끊는 길입니다.
5. 에스겔 18장이 그 속담을 금하신 이유
포로 시대 백성은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어 우리 이가 시다"며 "우리는 조상 때문에 망했으니 회개해도 소용없다"는 체념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속담을 금하시고 "너희는 각자 돌이키라, 나는 죽는 자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겔 18:30~32) 하셨습니다. 대를 잇는 저주 말씀은 죄를 두려워하라는 경고이지, 조상 탓을 하며 주저앉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6.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됨
로마서 5장은 한 사람 아담의 죄로 모든 사람에게 사망이 왔지만,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은혜가 넘친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대를 잇는 저주"인 아담의 죄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끊으셨습니다(갈 3:13). 그래서 신약에서는 조상의 죄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느냐"가 저주와 축복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7. 정리 — 하나님의 뜻
첫째, 벌은 삼사 대이고 은혜는 천 대입니다. 하나님의 본심은 축복입니다. 둘째, 죄의 결과는 자녀에게 흐르지만 죄의 책임은 각자의 것입니다. 셋째, 누구든지 돌이키면 사슬은 그 사람에게서 끊어지고 천 대의 축복이 새로 시작됩니다. 넷째, 다윗처럼 "죄는 나이니 백성을 치지 마옵소서" 하며 자녀와 후손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가 명문 가문을 세웁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계명을 지키면 내 자손 천 대까지 그 은혜가 갑니다. 이것이 출애굽기 20:5~6이 부모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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