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2장
이 장에 대한 메모
사막으로 가면서 왜 은금 패물이 필요했나 (출 12:35~36)
이스라엘은 유월절 밤에 나오면서 이집트 사람에게 은금 패물과 옷을 달라고 했고, 이집트 사람들은 순순히 내주었습니다. 성경은 이것을 "이집트 사람의 물품을 취하였다"고 적습니다. 광야로 가는 사람들에게 보석이 무슨 소용이었을까요. 이유가 세 겹으로 겹쳐 있습니다.
1. 사백 년 치 품삯이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미 약속하셨습니다. "네 자손이 이방에서 사백 년 동안 종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다가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창 15:13~14). 이스라엘은 노예로 부림당하며 품삯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은금 패물은 약탈이 아니라 밀린 품삯이고, 하나님이 이집트에게서 받아 내신 배상금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으리라는 것을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실 때부터 미리 말씀하셨습니다(3:21~22).
이집트 사람들이 순순히 내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열 번의 재앙을 겪은 그들은 이스라엘을 하루라도 빨리 내보내고 싶어 했고, 하나님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셨습니다(12:36). 억지로 빼앗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호의 속에서 내준 것입니다.
2. 성막을 짓기 위한 재료였다
이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성막을 지으라 하시며 예물을 받으라고 하십니다. "금과 은과 놋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실과 염소 털과 붉은 물 들인 숫양 가죽"(25:3~5). 광야에 이런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진 금과 은, 고운 옷감은 전부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막 건축 때 백성이 가져온 예물 목록을 보면 "귀고리, 코걸이, 반지, 목걸이"(35:22)입니다. 이집트에서 받아 온 패물 그대로입니다. 하나님은 이집트를 떠나기도 전에 자기 집을 지을 재료를 백성의 손에 쥐여 주신 것입니다.
3. 광야에서 사고팔 밑천이었다
광야라고 아무것도 못 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세는 에돔 땅을 지날 때 "너희는 돈으로 그들에게서 양식을 사서 먹고 물도 사서 마시라"(신 2:6)고 명합니다. 사십 년 광야 생활에 만나만 먹은 것이 아니라 이웃 민족과 거래도 했고, 그 밑천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은금이었습니다.
4. 같은 금이 금송아지가 되었다
여기가 이 이야기의 뼈아픈 대목입니다. 모세가 산에 오래 머물자 백성은 아론에게 신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아론은 "너희 아내와 자녀의 귀에서 금 고리를 빼어 내게로 가져오라"(32:2)고 합니다. 성막을 위해 주신 금이 성막이 세워지기도 전에 우상이 된 것입니다.
같은 금 고리가 32장에서는 송아지가 되고 35장에서는 성막이 됩니다. 재료는 같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사람의 마음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이 무엇이 되느냐는 그것을 쥔 사람이 하나님을 기다리느냐 못 기다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출애굽기는 같은 금으로 두 번 보여 줍니다.
정리
은금 패물은 사백 년 품삯이자 성막 재료이자 광야의 밑천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목적을 가지고 미리 주셨고, 백성은 그것으로 우상을 먼저 만들었다가 회개한 뒤 성막을 지었습니다. 주신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늘 받은 사람 쪽에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