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 대한 메모
이스라엘은 그들이 살던 애굽의 풍속과 들어갈 가나안의 풍속을 따르지 말고 여호와의 규례를 지켜야 한다. 가까운 혈족과 남의 아내, 동성, 짐승과의 성관계와 자녀를 몰렉에게 바치는 일이 금지되며, 가나안 사람들은 이런 가증한 일로 그 땅에서 토해 내어질 것이니 이스라엘도 이를 행하면 같은 일을 당할 것이다(18:1-30).
가까운 친족끼리 혼인하면 기형아가 태어날 위험이 높아지는데도, 성경 시대 사람들은 오히려 친족 안에서 배우자를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유전의 위험을 알지 못했습니다
열성 유전자가 겹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은 19세기 말 이후에야 밝혀졌습니다. 사촌 사이 혼인의 위험 증가폭도 한 세대만 놓고 보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위험이 뚜렷해지는 것은 같은 집안 안에서 여러 세대가 되풀이될 때입니다.
2. 성경도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는 금했습니다
레위기 18장과 20장은 부모, 형제자매, 고모, 이모 등과의 관계를 엄하게 금지합니다. 족장들이 "친족 중에서" 아내를 얻었다고 할 때는 대개 사촌이나 조카뻘, 곧 같은 씨족 안에서 짝을 찾은 경우를 뜻합니다.
3.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종에게 맹세를 시켜 가나안 사람의 딸이 아니라 자기 고향 친족 중에서 이삭의 아내를 구해 오게 했습니다(창세기 24장). 이삭 역시 야곱에게 같은 것을 명했습니다(창세기 28장 1-2절).
이방 여인과의 혼인이 결국 우상 숭배로 이어진다는 경고는 신명기 7장 3-4절에 분명하게 나옵니다. 믿음의 계보를 잇는 일이 혼인 상대를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이었던 것입니다.
4. 기업으로 받은 땅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슬로브핫의 딸들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민수기 27장, 36장). 아들이 없어 딸들이 땅을 물려받았는데, 이들이 다른 지파 사람과 혼인하면 그 땅이 지파 밖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 지파의 가족 안에서 혼인하라는 규정이 주어졌습니다.
5. 현실적인 조건도 있었습니다
마을 하나에 수십 가구가 살고 걸어서 하루 거리 안에서 배우자를 찾아야 했으므로 선택의 폭 자체가 좁았습니다. 사돈이 곧 친척이면 혼인 관계가 깨질 염려가 적었고, 혼수와 재산이 집안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왕가에서는 혈통의 순수함을 내세워 이를 더욱 강하게 지켰습니다.
덧붙이는 말
인류 초기에는 유전적 결함이 아직 쌓이지 않은 상태였고, 세대가 흐르며 결함이 축적되자 레위기의 금지 규정이 주어졌다고 보는 설명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신학적인 해석이며 과학으로 증명된 내용은 아닙니다.
